최고급 세단에 대한 기아의 접근법 – 기아 K9 퀀텀 시승기 #3

최고급 세단에 대한 기아의 접근법 – 기아 K9 퀀텀 시승기 #3   시동 버튼을 눌러 K9 퀀텀의 V8 심장을 깨우면 묵직한 시동음이 잠깐 들려오더니 이내 다시 조용해진다 엔진에 시동이 걸렸다는 것만 알 수 있을 정도의 고요함이 차내를 감돈다

고회전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일상적인 운행환경에서도 차내는 항상 정숙을 유지한다 회전수가 다소 올라가는 경우에도 불쾌함을 느끼기 어려운 수준의 소음만이 실내에 들어 올 뿐이다 고급세단으로서 흠 잡을 곳 없는 정숙성을 지니고 있다   승차감은 안락함을 중시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충격을 받아내는 동작에서는 의외로 단단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차체가 요철을 지난 후에 자세를 추스르는데 다소 여유를 부린다 요철의 정도에 따라 두 세 번 정도의 흔들림이 남는다 묘한 느낌을 주는 승차감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크게 불편한 느낌을 안겨주는 건 또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느낌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차체가 다소 출렁거린다고 느끼게 할 여지가 있다 은연중에 고전적인 대형 세단의 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시승한 K9 퀀텀에는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과 함께,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도 탑재되어 있어, 장거리 주행에서도 우수한 편의성을 제공한다   400마력을 상회하는 V8 엔진을 실은 K9 퀀텀 하지만 가속력은 400마력을 상회하는 V8 엔진에서 으레 연상하게 되는 거칠고 파워풀한 감각과는 거리가 있다 급가속을 하는 와중에도 6기통 엔진에 근접한 부드러운 회전질감과 더불어 묵직하고 부드럽게 속도를 올려 나간다 엔진은 거칠게 으르렁대지 않으며 상당히 절제된 음색의 소리를 낸다

이러한 감각은 스포츠 모드에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5리터가 넘는 배기량의 8기통 엔진에서 이러한 감각의 가속은 짐짓 아쉬움을 안기기도 한다   K9 퀀텀의 가속이 아쉽게 느껴지는 데에는 무거운 몸집과 상시사륜구동 보다는 자동 8단 변속기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감각의 주행을 맛볼 수 있게 해 주는 핵심이기도 하지만, 급하게 움직여야 할 때에도 여유를 부리는 편이기 때문이다 체결감이 상당히 느슨하고 저단 변속에도 엔진 브레이크가 잘 걸리지 않는다

적어도 대형 고급 세단의 위신에 흠집까지 내는 수준의 변속기는 아니지만, 변속기를 조금 더 타이트하게 설정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코너에서는 안락함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고급 세단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길이는 5미터를 넘고 폭은 2미터에 육박하며 몸무게는 2톤을 넘는 대형 세단인 K9은 딱 그 덩치에 걸맞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고속에서도 다소 가벼운 느낌을 주며, 피드백 또한 그리 충실하지는 않은 편이다 차의 크기와 무게 등은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페이스를 한 템포 늦추게 된다

브레이크는 2톤을 넘는 K9의 거체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정도의 성능을 낸다 스포티한 감각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대형 세단의 경향과는 다소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K9 퀀텀은 대배기량 V8 엔진에 느슨한 자동변속기, 그리고 상시사륜구동까지 물려 있는 대형 세단이다 차량의 구성에서부터 우수한 연비와는 한 발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인연비는 도심 6

4km/l, 고속도로 95km/l, 복합 75km/l로 라인업 내에서 가장 연비가 나쁘다 도심에서는 통행량에 따라 4~6km/l 사이의 연비를 기록했다 반면 고속도로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공인 연비 95km/l를 꽤나 상회하는 115km/의 연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기아의 2세대 K9 퀀텀을 경험하면서 기아자동차가 최고급 세단을 대하는 접근법의 면면을 알 수 있었다 K9 퀀텀은 한 편으로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고전적인 고급 세단의 성격 또한 품고 있다

주행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안락함을 중시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차의 안팎으로는 21세기에 걸맞은 신기술들을 대대적으로 채용했다 정통파에 가까운 고급 세단을 원한다면 K9은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